1월5일 겨울의 숨결이 가장 또렷해지는 시간에
강릉 남대천을 찾았습니다.
새벽을 밀어내고 올라온 햇살이 물 위에 부서지며
반짝이던 순간, 강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하나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얼음과 물이 경계를 나누는 자리,
고요와 긴장이 동시에 흐르는 그곳에서 흰꼬리수리는
오늘의 주인공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강 위를 스치는 바람은 차가웠지만 시선은 따뜻하게 붙잡혔습니다.
물살 위로 낮게 활공하던 거대한 날개가 순간적으로 공기를 움켜쥐는
장면은 숨을 멈추게 했습니다.
펼쳐진 날개 끝마다 겨울의 빛이 얹히고,검은 깃 사이로
은빛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찰나 사냥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자연은 예고 없이 본심을 드러내고,우리는 그 앞에서 조용히 기록자가 됩니다.
수면을 찍고 올라오는 발톱의 각도,물을 가르며 터지는 파문,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균형의 회복.흰꼬리수리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실패를 상상하지 않는 자세,오직 다음 동작만을 향한 집중이
그 몸짓에 담겨 있었습니다.
사냥은 폭력적이라기보다 필연에 가까웠고,그 필연은 이상하리만큼 아름다웠습니다.
모래톱 위에 내려낭앉은 순간,또 다른 개체가 조심스레 거리를 좁힙니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선,날개를 들어 올려 영역을 말하는 몸짓
그 사이를 스쳐 가는 작은 새 한마리마저도 이 장면의 일부가 됩니다.
강은 누구의 것도 아닌듯 보이지만,그날만큼은 분명한 질서가 있었고,
그 질서는 침묵 속에서 더 또렷했습니다.
사진을 통해 되짚어보면,시간은 더욱 느리게 흐릅니다.
날개가 완전히 펴지는 순간의 곡선, 깃 하나하나에 남은 겨울빛, 발톱 아래서
번지는 물결의 리듬 셔터는 단지 멈춤이 아니라,
스스로를 설명하도록 기다리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두르지 않을수록 장면은 깊어졌고,기다림 끝에 도착한 한 컷은
그날의 공기를 그대로 품고 있었습니다.
남대천의 겨울은 말이 없습니다.
대신 몸짓으로 말하고,빛으로 답합니다.
흰꼬리수리의 사냥은 생존의 서사이자,자연이 스스로를
유지하는 방식에 대한 정직한 기록이었습니다.
강 위를 덮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저는 오히려 뜨거운 생의 맥박을 느꼈습니다.
그 맥박은 렌즈를 넘어 마음까지 이어졌고,오래도록 잔향으로 남았습니다.
집으로 돌아노는 길,물 위에 남았던 파문은 이미 자라졌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날의 장면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겨울강이 건네준 침묵의 이야기, 날개가 말해준 집중의 언어
남대천은 다시 고요로 돌아갔지만,그 고요 속에는
분명히 살아 있는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도 그 겹을 한 장씩 꺼내어,사진과 글로
조심스럽게 펼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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