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은 얼어가고 숨은 하얗게 피어오르며,
모델은 수족냉증으로 겨울을 싫어하는데
퍼 후드를 여밀며 입김이 뿜어져 나올까 숨도 쉬지 않고
조용히 렌즈 앞에 서있었습니다.
미지모리 거리 곳곳에 걸린 조명들은 얼어 있는 수면 위로 은은히 번져
겨울의 따뜻한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생각보다 더 차가웠던 탓일까요.
현장에서 급히 장갑을 구매해 착용했지만,따뜻할 것만 같았던
푹신한 털장갑도 차가운 바람까지는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촬영을 이어갈수록 손끝은 미세하게 떨렸고,조명의 온도보다
겨울 공기의 힘이 더 크게 다가 왔습니다.

퍼 푸드를 가볍게 부여잡고 서 있는 모습은 마치
겨울 속 작은 난로처럼 화면을 따뜻하게 밝혀주었습니다.
뒤편으로 펼쳐진 조명들은 얼어 있는 수면 위로 부드럽게 번졌고
초저녁의 보랏빛 하늘은 그 배경을 한층 더 몽환적인 톤으로 감싸주었습니다.

하지만 추위 속에 굳어가던 손으로 촬영을 이어가다 보니
히스토그램을 제대로 확인할 여유가 없었는지??
사진을 촬영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놓았어야 했는데
바로 확인이 안되면 히스토그램이라도 보이게 했어야 했는데
"노출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조심스레 셔터를 눌렀고
그 결과 원본은 조금 어두운 톤으로 나왔네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이 어둠이 오히려 그날의 온도를 고스란히 품어주더군요.
날카로운 공기,얼음처럼 차가웠던 손, 장갑 속에서도 계속 스며들던 바람.
그리고 그 위에 겹쳐진 잔잔한 표정과 호수 위에 퍼진 불빛들.
완벽치 않은듯 보였던 노출은 오히려
촬영의 현실과 감정을 담은 자연스러운 흔적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모든 요소가 어둠 속에서 더 부드럽게 살아났습니다.
HGX100s ii의 1억 화소는 부족함 없는 디테일을 건져 올렸고,
채도가 낮은 원본 속에서도 피사체의 눈빛과 표정,
퍼 후드의 질감이 충분히 살아 있습니다.
비록 완벽히 의도된 노출은 아니었지만
그 미묘한 어스름과 은근한 대비는
오히려 겨울 출사 특유의 정서를 만들어 주었네요

사진은 때때로 실수조차 기록이 됩니다.
조금 어둡게 남은 프레임 속에는 추위와 인내,
그리고 셔터마다 조금씩 담긴 마음이 있습니다.
그날의 사진은 부족함이 아니라
겨울 촬영의 온도와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결과물,
그렇게 더 아름답게 남아 있습니다.
"부족함이 아닌 순간의 온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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