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경주는 온통 분홍빛이었다.
겹벚꽃이 하늘을 가득 메운 그 길 위에,
어머님과 외숙모님 모시고 경주 불국사에 섰다.
4월18일 어머님 생신, 바쁜 일정 탓에
며칠 앞당겨 찾은 나들이였다. 아직 만개하지 않은
꽃송이들이 조금 아쉬웠지만,어머님이 활짝 웃으며
기뻐하셔서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마음 한견엔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주 토요일,생신 당일이면 꽃이 절정에 이를 것 같으니
온 길이 분홍빛으로 물드는 그날,
어머님 곁에 함께하지 못하는 바쁜 일정이 그러 야속하기만 하다.




어머님 겹벚꽃 가지 아래 서신다.
환하게 피어오른 꽃송이들이 어머님 어깨 위로
내려앉을 듯 흔들린다.
나는 카메라를 들었다.셔터를 누르는 순간,문득 아버님이 떠올랐다.
젊었을 때 아버님은 사진작가셨다.
젊은 시절 어머님의 사진 속엔 언제나
아버님의 눈길이 담겨 있었다.

밀밭 사이에서 활짝 웃는 어머님,

한복 자락을 여미고 들판에 서 있는 어머님

손을 맞잡고 흙길을 걷는 아버님 어머님 뒷모습
그 모든 장면을 아버님 렌즈에 담으셨고
집안 서랍은 그 추억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지난해,의성 산불이 집을 삼켰다.
한 장 한 장 소중히 간직해 온 사진들이 재가 되었다.
반백년의 기억이,아버님의 눈빛이,
어머님의 젊은 웃음이 모두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손에 남은 건 불길을 피해 살아남은 단 몇 장뿐이다.
그 사진들을 꺼내볼 때마다, 아버님이 그리워진다.
흑백 사진 속 청년이 나무를 붙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턱을 괴고 먼 곳을 바라보는
눈빛엔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따뜻함이 가득하다.
그 렌즈로 어머님을 담고, 가족을 담고 봄을 담으셨던 분
이제 그 자리에 내가 서 있다.
서툴지만, 아버님처럼 어머님의 봄을 담고 싶다.
꽃 앞에 서신 어머님의 미소를
외숙모님과 나란히 걸으시는 발걸음을,
봄 햇살에 빛나는 어머님의 눈가 주름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셔터에 새기고 싶다.
아버님 잘 하고 있나요?
어머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올봄도, 내년 봄도, 또 그다음 봄도
경주 겹벚꽃처럼 환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셔 주세요.
제가 아버님 대신 셔터를 누르겠습니다.
어머님이 꽃보다 예쁜 순간들을, 오래오래 담겠습니다.
봄날의 분홍빛 길 위에서,
아버님이 그립고
어머님 고맙습니다.




사진 속 그녀는 겹벚꽃 가지를 살며시 손으로 올려 꽃을 만지고 있다.
봄볕이 그 얼굴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마음씨 따뜻한 둘째며느리~
어머님 곁에서 늘 조용히 그러나 한결같이 따뜻한 사람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보다 마음으로 어머님을 챙겨온 그 마음이
오늘 이 봄날 겹벚꽃만큼이나 환하게 빛난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님 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꽃이 피는 것처럼 매해 더 환하게
건강하게, 저희 곁에서 오래 오래 봄을 맞이해 주세요,
아프신 곳 없이 건강하시고, 드시고 싶은 것 맘껏 드시고,
가고 싶은 곳 마음껏 다니시길 바랍니다.
어머님이 건강하셔야 저희가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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