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언제나 길 위에서 시작되는 것 같았습니다.
광양매화마을에 도착했을 때, 축제의 시간은 이미
지나 있었고 마을은 고요했습니다.
사람들로 가득했을 풍경 대신, 한층 비워진 공간 속에서
오히려 더 깊은 봄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 고요함 속에는 작은 아쉬움도 함께 머물고 있었습니다.
이미 많은 매화꽃이 바람에 떨어져 있었고,
가지 끝에 남은 꽃들은 계절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만개한 순간의 화려함은 지나갔지만,
그 대신 남겨진 풍경에는 시간의 흔적이 담겨 있었습니다.
돌담과 흙길 사이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사람의 발걸음이 줄어든 자리에서는,오히려 더 집중된
풍경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떨어진 꽃잎들이 쌓인 길 위, 바람에 흔들리는 마지막 꽃들,
그리고 그 사이에 스며든 고요함까지 기록을 해봅니다.
사진속 보족한 꽃들은 편집으로
매화꽃을 조금 채웠습니다.
길을 따라 하동으로 향했습니다.
십리벚꽃길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는 다시 살아납니다.
매화가 머무는 꽃이었다면, 벚꽃은 여전히 흐르는 꽃 이었습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흩날리고, 그 사이를 걷는 순간들은
짧지만 선명하게 남습니다.
차를 타고 이어지는 길 위에서,벚꽃 터널은 여전히 완벽한
봄의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잠시 차를 세우고 나무 아래 서 있으면, 흩날리는 꽃잎들이 마치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듯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계절의 흐름속에 온전히 머물 수 있었습니다.
하동에서 시작되는 벚꽃의 흐름은 구례까지 이어졌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흘어갔습니다.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충분히 행복했고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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