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기록하다/프레임 속 인연

개심사,그리고 2년 만에 원피스를 입은 사랑스런 그녀

photo-j 2026. 4. 23. 19:51

봄이 오면 꼭 한 번은 가야지,

가야지 했던 곳.

충남 서산,개심사.

 

청벚꽃과 겹벚꽃이 동시에 핀어난다는 그곳에

올해는 드디어 다녀왔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꽃보다 더 예쁜 게 있었다.

 


 

출발하던 날 아침

그녀가 집을 나설 때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크림색 레이스 원피스

하얀 카디건

하얀 앵클부츠

 

"어? 원피스야?"

 

수줍게 웃으면서 그녀가 말했다.

"응... 오랜만에 입어봤어."

 

오랜만에.

그 말이 얼마나 짧고, 또 얼마나 긴 말인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그 한마디 안에 다 들어 있었다.

 


 

개심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청벚꽃은 멀리서 보면 백색에 가까운데,

햇살이 닿으면 살짝 연두빛이 돌면서

마치 꽃이 빛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겹벚꽃은 또 달랐다.

겹겹이 쌓인 분홍 꽃잎들이

바람에 살짝 흔들릴 때마다

어디선가 달콤한 향이 스치는 것 같았다.

 

돌담 위에 내려앉은 꽃 그늘 아래,

기와 처마 곁에 피어난 봄빛 속에,

그녀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풍경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원피스가 잘 어울린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래이스 소재가 봄 햇살을 받아서 반짝이고,

드레스 자락이 걸음마다 살랑살랑 움직이고,

선글라스 너머로 봄을 바라보는 그 표정이

너무 좋아서,자꾸 셔터를 눌렀다.

계속 찍고 싶었다.

마구마구 찍고 싶었다.

 

 기와 담벼락에 기댄 그녀

꽃나무 아래 걷는 그녀

담장 위에 살며시 걸터앉은 너,

 

한 순간도 아깝지 않았다.

 


 

 

"오늘 진짜 좋았어."

 

근데 있잖아~

오늘 네가 원피스 입고 나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억지로 입힌 것도 아니고,

그녀가 스스로 꺼내입고 나와주었어

그게 나는 그냥 너무 좋았어.

 

예쁘게 차려입고 봄 나들이 온 것 같은 느낌.

우리가 뭐가 조금 더 특별한 하루를

만든 것 같은 느낌.

 


 

그러니까,이건 부탁인데.

 

원피스, 가끔은 꺼내 입어줘.

 

특별한 날 아니어도 돼

그냥 같이 밥 먹으려 가는 날도 좋고,

아무 데도 안 가는 날도 좋아.

 

예쁜 거 보면 예쁘다고 말하고 싶고,

좋은 거 보면 같이 보고 싶고,

이런 평범한 이유야.

 


 

 

청벚꽃은 내년에도 피겠지.

겹벚꽃도 또 필 거야.

개심사는 내년에 또 가도 돼.

 

근데

"오늘의 너는 오늘만 있어."

 

그래서 오늘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