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꼭 한 번은 가야지,
가야지 했던 곳.
충남 서산,개심사.
청벚꽃과 겹벚꽃이 동시에 핀어난다는 그곳에
올해는 드디어 다녀왔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꽃보다 더 예쁜 게 있었다.
출발하던 날 아침
그녀가 집을 나설 때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크림색 레이스 원피스
하얀 카디건
하얀 앵클부츠
"어? 원피스야?"
수줍게 웃으면서 그녀가 말했다.
"응... 오랜만에 입어봤어."
오랜만에.
그 말이 얼마나 짧고, 또 얼마나 긴 말인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그 한마디 안에 다 들어 있었다.
개심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청벚꽃은 멀리서 보면 백색에 가까운데,
햇살이 닿으면 살짝 연두빛이 돌면서
마치 꽃이 빛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겹벚꽃은 또 달랐다.
겹겹이 쌓인 분홍 꽃잎들이
바람에 살짝 흔들릴 때마다
어디선가 달콤한 향이 스치는 것 같았다.
돌담 위에 내려앉은 꽃 그늘 아래,
기와 처마 곁에 피어난 봄빛 속에,
그녀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풍경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원피스가 잘 어울린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래이스 소재가 봄 햇살을 받아서 반짝이고,
드레스 자락이 걸음마다 살랑살랑 움직이고,
선글라스 너머로 봄을 바라보는 그 표정이
너무 좋아서,자꾸 셔터를 눌렀다.
계속 찍고 싶었다.
마구마구 찍고 싶었다.
기와 담벼락에 기댄 그녀
꽃나무 아래 걷는 그녀
담장 위에 살며시 걸터앉은 너,
한 순간도 아깝지 않았다.
"오늘 진짜 좋았어."
근데 있잖아~
오늘 네가 원피스 입고 나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억지로 입힌 것도 아니고,
그녀가 스스로 꺼내입고 나와주었어
그게 나는 그냥 너무 좋았어.
예쁘게 차려입고 봄 나들이 온 것 같은 느낌.
우리가 뭐가 조금 더 특별한 하루를
만든 것 같은 느낌.
그러니까,이건 부탁인데.
원피스, 가끔은 꺼내 입어줘.
특별한 날 아니어도 돼
그냥 같이 밥 먹으려 가는 날도 좋고,
아무 데도 안 가는 날도 좋아.
예쁜 거 보면 예쁘다고 말하고 싶고,
좋은 거 보면 같이 보고 싶고,
이런 평범한 이유야.
청벚꽃은 내년에도 피겠지.
겹벚꽃도 또 필 거야.
개심사는 내년에 또 가도 돼.
근데
"오늘의 너는 오늘만 있어."
그래서 오늘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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